⊙일자: 2012. 10. 13(토)
-이정표(백운산 1.7Km/영취산 1.7Km)-알바로 인한 무장비 비박
아뿔사 이럴 줄 알았으면 미리 예매을 해 둘 걸. 백두대간 종주를 시작하면 고속버스 타고 가는 건 처음이라
기차와는 달리 표를 현장에서 바로 구매해 승차할 수 있으리라 생각했는데, 그건 나만의 생각이었다.
둔 지도를 보며 어렵지 않게 '녹주찜질방'에 도착할 수 있었다.
남원시내 유일한 찜질방이지만 시설은 그다지 기대할 것은 못 된다. 그나마 이러한 찜질방이라도
있어 이번 구간은 밤을 새우지 않고 산행을 시작할 수 있어 다행이다.
있는 '도통초교 정류소'에 도착합니다.
건너편 커피자판기에서 커피를 뽑아 마시며 버스를 기다립니다. 버스는 06:00시 조금 넘어 도착합니다.
승차 전 반드시 '아영면 성리마을'을 가는지 기사님께 꼭 확인하고 승차 바랍니다.
곳에서 내릴 생각으로 한 정류소 더 가 구상마을에서 내릴 준비하는데 버스가 우회전을 합니다. "어~ 이상하다.
직진을 해야 이 번 구간의 들머리 복성이재에 더 가까운데"
버스에서 내려 다시 왔던 길을 걸어 갑니다. 대략 10분 정도를 걸어 버스가 우회전 했던 지점에 도착한다.
내가 내리고 싶었던 정류소가 여기인데 그냥 지나쳤습니다. 원래 서지 않는 버스인지 아니면 내리는 사람이
없다고 생각하고 버스 기사가 그냥 지나쳤는지 알 수 없습니다.
그 전에 버스에서 기사님께 "봉화산에 가려면 성리마을에 내리는 거 맞나요?"
"난 봉화산 가 본 적이 없어서 몰라요"하며 왠지 퉁명스럽게 들렸습니다.
그래서 이 글을 쓰는 지금 '기사님'에서 '님'자를 빼고 그냥 '기사'라고 씁니다. ㅡㅡ;;
산행을 준비하면서 네이버 지도 거리뷰를 봤던 것처럼 위 그림에서 화살표 방향, "정류소 옆길로 가면
복성이재에 더 빨리 도착할 텐데..." 생각했지만, 길이 좋아 보이지 않고 거리뷰에서 봤던 것과 달리
평지가 아니고 완만한 경사로 오름길과 내림길로 돼 있어 그냥 아스팔트 길로 가기로 합니다.
봉화산 등산로 종합안내도를 지나
약 20분 걸어 저~기 복성이재가 보입니다.
아까 그 정류소 옆길로 가면 화살표 방향으로 나 왔을 겁니다.
아침을 맛나게 먹고,
08:35 산행을 시작합니다. 복성이재의 유래도 읽어 보고,
조망이 탁 트여 지나온 마루금 볼 수 있습니다.
파노라마로 찍어보고,
여기도 파노라마 사진을 찍어 봅니다.
고개를 숙인 채 철쭉 나무 터널(?)을 죽 지나면,
11:07 이정표가 나오는데 이 곳이 지도상의 치재인 듯 합니다.
곧바로 잘 정돈 된 쉼터가 나옵니다.
철 모르고 피어난 철쭉꽃도 만나게 됩니다.
별 특색 없는 산길을 약간의 오름과 내림을 따라 걷다 보면
산악회 리본이 두어개 걸려있는 데, 시간상으로 보면 대략 이 쯤이 꼬부랑재 같은데 확실치는
않습니다.
09:48 뭔가 알리듯 한 리본들이 나뭇가지에 걸려 있는데 내가 가져 온 지도에 아무런 표시가 없어
GPS를 보니다 고도가 795M 되는 곳입니다.
그리고 잠깐의 내림길이 이어지더니 다시 완만한 오름길이 계속됩니다.
10:00 또 뭔가 알리는 리본이 여럿 매달려 있는데 다리재인 듯 합니다.
아주 오래 된 이정표가 있는데 매직으로 흐릿하게 매직으로 봉화산 456m 씌어져 있습니다.
억새 군락지 나오고 봉화산 정상이 시야 들어 오기 시작합니다.
해마다 억새풀을 볼 때면 포천의 명성산이 생각납니다.
아마 대략 7,8년 전, 서울의 사는 사람들 대부분이 그렇듯 친구들과 북한산 백운대를 처음 오르면서
산이 주는 매력이 빠졌고, 그 후에 산악회에 가입해 주말마다 정말이지 열심히 산행에 참석했습니다.
좋은 사람도 많이 만났지만, 서로 먹고 사니즘에 바쁘다 보니 뿔뿔이 흐터지고,
이젠 아련한 기억만 남았습니다.
붉게 달아오르기 시작한 단풍도 산객의 발걸음을 잠시나마 가볍게 해 줍니다.
10:18 봉화산 정상에 도착합니다.
이 곳도 여느 봉화산(烽火山)처럼 봉수대를 피웠던 곳인지 돌로 그 모형이 만들어져 있고 그 뒤쪽에
무인 산불감시 카메라 탑이 보입니다.
탁 트인 조망과 억새풀의 행렬 그리고 완만하게 이어지는 마루금.
낯선 산객의 기분을 이 보다 더 좋게 할 수는 없습니다. ^^
황금빛 억새풀 사이로 자색빛을 뜨고 있는 '용담(龍膽)'이 시선을 끕니다.
봉화산 정상에서 10분쯤 가면 봉화산쉼터라는 곳이 나오는데 육각정자 있습니다.
안내도 보며 지리산 봉우리들 찾아 보려 하지만 희미하기만 합니다. ㅡ.ㅡ
봉화산 쉼터의 파노라마 사진.
10:59 전북 장수군과 전북 남원시 그리고 경남 함양군의 경계인 '무명봉'에 도착합니다. 나름 의미있는
봉우리인데 그냥 이름없는 봉우리 인가 봅니다. 그리고 안내도에는 무명봉의 고도가 870M로 나오는데
GPS에는 961M를 표시합니다. 뭐가 잘 못 된것지 T.T
여기서도 동화호의 일부가 보입니다.
11:27 "봉화산 2.5Km/백운산 10Km" 알리는 빛바랜 이정표.
여기까지는 그나마 조망 할 곳이 있습니다.
12:04 "중치 4.1Km/봉화산 3.8Km" 이정표에 도착
가끔은 이렇게 내려가기 머뭇거리게 하는 길 같지도 않은 길을 가야 합니다.
12:41 광대치에 도착합나다.
이제 지도상의 월경산 옆 능선길을 지나가야 하니 완만한 오름길이 이어집니다.
12:43 '약초시범단지' 이정표에 도착하고
리본이 어지럽게 걸려 있는 펜스를 따라 걷습니다.
13:16 '월경산'이란 이정표에 도착하는데 실제 월경산은 이정표 뒤쪽으로 좀 더 가야합니다.
곧 이어서 '중기민텔'의 광고표시가 나오고
중치(중재)를 향해 하산합니다. 물론 하산길이 내림길만 있는 건 아닙니다. 잠시 오름길도 이어지다
다시, 내림길로 이어집니다.
13:54 중치에 도착합니다. 이정표를 기준으로 해서 우측으로 내려 가면 아까 봤던 '중기민텔'이 나옵니다.
전답자의 블로그를 보면 이 곳에서 하루를 묵은 듯한데, 지금 시간도 어중간 해서 예정대로 백운산을
지나 영취산까지 가기로 합니다.
중치의 고도는 648M, 이제 올라야 할 백운산의 고도는 지도상에는 1279M, 거리는 위 이정표에서
봤듯이 4.6Km 대략 2시간이 넘는 거리입니다. 지금 시각 14:12
백운산이고 뭐고 일단 쉬어야겠습니다. 시간이 오후에 접어 들어면서 발걸음도 무거워지고 피로감도
몰려 옵니다. 벤치에 누워 10분간 휴식
.
휴식을 마치고 얼마 올라가지 않아 가지가 꺾어진 나무 옆에 또 벤치가 나옵니다.
나무들 사이로 백운산 정상이 보였는데 카메라가 똑딱이라 사진으로 거의 보이지 않을 정도로 흐릿하네요. T.T
아무튼 육안으로 보기에는 상대히 부담스런 거리였습니다.
서서히 지는 투구꽃..
.
15:02 중고개재에 도착합니다
.
점심 식사없이 간단한 행동식(초코파이 등)으로 허기를 달래며 왔는데, 오른쪽 허벅지에서 쥐가 나기
시작합니다. 왠지 불길한 기운. 하는 수 없이 잠시 휴식, 상태는 호전되는가 싶더니 오르막 길에서
여지없이 쥐가 납니다.
아직까지 그래도 눈에 띄는 꽃향유를 찍을 여유가 있었나 봅니다.
뭔가 알리는 이정표인데 찍을 때는 알 것 같았는데, 사진으로 보니 전혀 모르겠네요.
처음에는 오른쪽 허벅지에 쥐가 나더니 이젠 왼쪽 허벅지에서도 쥐가 납니다. 하는 수 없이 또 휴식.
중치에서 백운산까지 2시간을 예상했는데 택도 없는 시간입니다.
잠시 조망할 곳이 있어 또 다시 한숨 돌리고,
이름이 있는 법한 바위 같은데 그냥 지나치고
계단길을 올라
,
16:35 백운산 정상에 올라 왔습니다.
정상에서의 조망을 감상할 여유도 없이.
좀 더 속도를 내기 위해 스틱을 배낭 속에 챙겨 넣고, 해가 저물 때를 대비해 헤드랜턴을 꺼내 머리에
쓰고 비스켓으로 허기를 달래고 영취산으로 출발하려 하는데
오랜 된 정상석이 있어 기념으로 한 컷 찍고...
이젠 정말 출발입니다. 영취산까지는 좀 더 분발하면 1시간 남짓한 거리라,
해가 저물기 전까지 도착할 수 있으리라 생각했습니다
.
산죽 사이로 산길이 이어지고 긴장과 부담감 때문인지 허벅지 경련이 일어나는 주기는 이전보다 훨씬
짧아져 몇 번을 주저 앉아는지 모릅니다
.
저기 어디쯤 영취산이 있을 법 한데, 산길은 내리막으로 이어지다 완만한 오름길로...
17:31 "백운산 1.7Km/영취산 1.7Km" 이정표. 딱 절반을 왔는데 해는 산 능선 위에 아슬 아슬하게 걸려
있습니다. "여기서 길을 잘 못 들면 정말 회복 불능의 알바가 돼 버리텐데...." 이런 생각에 리본이 인도
하는 대로 잘 따라 갔습니다.
길은 갑자기 경사가 급한 데로 떨어져 왠지 느낌이 이상하다 싶더니...주변은 이미 어두워지고 다시 올라
가 길을 찾기에는 너무 많이 내려 와 버렸습니다.
헤드 랜턴을 켜고, 체온이 떨어질 걸 대비해 잽싸게 배낭을 풀어 헤져 여벌의 옷을 꺼내 입고, 그 위에
다시 우의를 입습니다. 그리고 라면과 햇반으로 꿀꿀이 죽을 해서 저녁을 먹으려 하는데 무슨 이유에선지
먹히질 않습니다. 그렇다고 버리기도 뭣하고 해서 그대로 옆에 치워 두고 배낭을 베고 눕습니다.
결국 이런 일이 생기고 말았구나!
아무런 장비없이 이렇게 산 속에서 노숙하게 될 줄이야...
칠흙같은 어둠에 검게 변해버린 나무가지 사이로 쫌쫌히 막힌 별을 보며, 한 편으로 잘 됐다 싶은
생각이 듭니다. 시간에 대한 압박감에 성치 않는 다리로 계속 산행을 할 수 없었습니다.
모든 걸 포기하니 이렇게 마음이 편하네...
그리고 나도 모르게 스르륵 잠이 든 듯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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