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자: 2012. 09. 22(토)
-입망치-여원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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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도 및 거리:
9월 17일 월요일.
지난 주 주말에는 일찍감치 집 안의 벌초가 계획 돼 있어 산행은 힘들거라 생각하고, 이 번 주 주말과 일요일을
기에 산행을 하려는데 주간 일기예보을 보니, 토요일은 괜찮지만 일요일에는 비가 올 거란 예보가 있었습니다.
삼 사일을 고민하다, 비가 와도 많이 오지는 않을거란 생각에 과감하게(?) '구례구'로 가는 여수행 무궁화호를
예매합니다.
9월 21일 금요일.
퇴근 후, 보따리(배낭)을 싸는데, 이 번 구간의 끼니는 휴게소에서, 그리고 민박을 할 계획이기 때문에 최대한
가볍게 하고 용산역에서 기차를 탑니다.
나에게만 있는 일인지 모르겠지만, 기차는 고속버스와 달리 몸이 고단해도 잠을 쉽게 이룰 수 없습니다.
여러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그 중 하나는 내가 내릴 역에서 제 때 깨어날 자신이 없기 때문일 겁니다.
03:10쯤 기차는 구례구역에 도착하고, 기다리고 있던 버스에 피곤한 몸을 싣습니다.
그리고 버스는 약 10분을 달렸을까? 공용터미널에 도착합니다.
그리고 다시 이 버스가 성삼재로 출발(03:50)할 무렵, 배낭을 버스 차체 아랫부분에 있는 트렁크에 싣고
다시 타려고 할 때, 기차 안에서 발을 편하게 하려고 느슨하게 풀어 놓았던 신발끈을 밝은 바람에 엎어져
왼쪽 팔꿈치와 무릎을 콘크리트 바닥에 찧고 말았습니다. ㅡ.ㅡ (왠지 오늘 산행이 쉽지 않음을 암시하는
듯한 불길한 예감) 버스는 화엄사에서 네댓 사람을 더 태우고 04:35쯤 성삼재에 도착합니다.
버스에 내려 어둠을 피해 불빛있는 (성삼재)주차장 입구에 자리를 잡고 산행 준비를 합니다. 늘 그렇듯
헤드랜턴을 켜고 스틱을 꺼내 잡기 편한 높이로 맞춥니다. 그리고 오늘은 거기에 하나 더 아까 넘어져
상처났던 부위에 1회용 밴디지를 하고 산행을 시작하려 하는데, 어떤 여자 분이 와서 "혹시 바래봉 방향으로
가시면, 입구(들머리) 좀 알려 주세요?" 하길래 " 네 그러죠" 나 역시 혼자가기에는 좀 으스스 했지만 다행이다
싶어 생각하며 앞장 섭니다.
특별히 늦지만 않으면 (작은)고리봉에서 일출을 볼 수 있는 충분한 시간. 솔직히 구례구역에서 공영터미널로
오면서 조금 걱정이 됐습니다. 날씨가 좋아 일출을 볼 수 있으리라 생각했지만, 어둠 속에서 거리에는 안개가
자욱하다는 것을 짐작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버스가 구불구불한 차로를 올라 성삼재를 다달으면서
그 걱정은 기우(杞憂)에 불과 했습니다.
쏟아질 듯한 별들. 서울에서 절대 볼 수 없는 풍경. 사진을 못 찍어 유감스럽지만...
05:20 어느 새 (작은)고리봉에 도착합니다.
새벽의 여명이 밝아오고
산 아래 안개 자욱한 남원시의 모습 찍어 보며,
초가을 쌀쌀한 추위를 견디며, 반야봉 넘어 해를 기다렸지만 쉽게 모습을 보여 주지 않습니다.
성삼재에서 함께 올라온 여자 분도 잠시 일출을 기다릴 듯 하다 낯선 사람과의 어색함 때문인지 아니면
은근한 추위 때문인지 먼저 내려간다 하기에 보내고 혼자 조금 더 기다려 봅니다.
분명 날은 밝았는데 해는 보이지 않고, 다음 목적지, 만복대에 가면서 적당한 장소에서 일출을 보리라
기대하며 (작은)고리봉을 내려 섭니다.
달리 조망할 곳이 없어 발걸음을 빠르게 옮기며 '묘봉치'을 알리는 이정표를 보고....
뒤를 돌아 보는 순간, 태양은 고리봉에서 참고 기다리지 못한 나를 가엾다는 듯이 쳐다 보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여기서 눈이 부셔 안경과 선글라스를 바꿔 끼려고 하다 선글라스가 바닥에 떨어진지도 모르고
그 둔탁한 등산화에 밝혀 휘어지고 말았습니다.
아~ 아까운 내 선글라스....
터미널에서 넘어지고 또 이렇게 선글라스도 망가지고..
참 기분 더러운 아침이지만...
만복대로 가는 길은 그러한 기분을 잊게 해 줄 정도로 그야 말로 감탄사가 절로 나오는 장관(壯觀) 입니다.
서서히 만복대가 시야에 들어오기 시작하고.
또 다시 산객의 시선을 잡아 끄는 조망들.
만복대에 올라서도
지리산의 아름다운 유혹은 계속 됩니다.
산인지 구름바다 위에 섬인지...황홀함 그 자체 입니다.
만복대에서 그 여자 분을 다시 만났습니다. 이미 아침식사를 끝냈는지 앞으로 갈야 할 길을
스마트폰으로 확인하고서는 가볍게 인사를 하고 또 다시 산 아래로 사라집니다. 정령치 쯤에서
다시 볼 거라 기대했지만 이후로 다시 만날 수 없었습니다.
나 역시 이 멋진 곳에서 조망을 하며 김밥으로 간단히 식사를 하고 길을 나섭니다.
저 아래 앞으로 가야 할 노치마을 인 듯 합니다.
거대한 암석을 지나고.
09:24 정령치에 도착합니다.
이온음료을 사서 갈증을 해결하고 충분한 휴식을 취한 후 큰 고리봉으로..
얼마 가지 않아 큰고리봉이 보입니다.
10:22 큰 고리봉에 도착합니다.
세걸산 바래봉 덕두산 이어지는 길입니다.
성삼재에서 만난 그 여자 분은 아마 길로 해서 내려 갔을 겁니다.
큰고리봉에서 고기삼거리까지는 거짓말을 조금 보태서 거의 수직으로 떨어집니다.
마치 중산리에서 천왕봉을 오르는 길의 지형을 그대로 내려 간다고 보시면 됩니다.
물론 거리는 그것 보다 짧지만...
심심히 않게 쓰려진 버섯도 보이고
잠시 걷기 좋은 완만한 소나무 길이 이어지고
인위적인 계단 길을 거쳐
11:43 드디어 고기삼거리에 도착.
여기를 마지막으로 지리산국립공원은 끝인 것 같습니다.
이정표 밑에는 장대여뀌가 군락을 이루고 있습니다.
메모한 대로 '운봉'방향으로 노치마을 찾아 갑니다.
다음에 올라야 할 수정봉 여원재로 이어지는 마루금이란 걸 충분히 짐작 할 수 산들이 한 눈에 들어오고.
2012년 기록적인 한 여름의 더위을 지나 어느 덧 코스모스의 계절...
이제 부터는 산악회의 리본이 이정표를 대신 합니다.
인터넷으로 검색하다 우연히 알게 된 건데, 백두대간의 등거리에 있는 마을이라서 그런지 몰라도 한
마을에 행정구역은 두개로 나눠져 있습니다. 한 쪽은 전북 남원시 주천면 또 한 쪽은 전북 남원시
운봉읍으로 그리고 이 마을에 비가 내리면 한 쪽은 섬진강으로 또 한 쪽은 낙동강으로 흐려 간다고 합니다.
(전라도 닷컴 참조)
노치마을의 알리는 유명한 벽화를 지나
노치쉼터에서 막걸리와 라면, 그리고 먹다 남은 김밥으로 점심을 해결합니다.
취기로 알딸딸한 기분(@.@)에 산행을 잠시 잊고 쉼터의 귀요미들과 장난도 치고...^^
긴 휴식을 끝내고 또 다시 길을 나섭니다.
백두대간 날 위에 있다는 '노치샘', 한 모금 마시고 와야 했는데, 취기로 인해 그냥 지나고 말았습니다. ㅡ.ㅡ
노치마을을 지키는 당산(堂山) 지나 수정봉으로 향합니다.
선답자들의 블로그에서는 이런 이정표을 보지 못했는데 아마 최근에 남원시에 설치해 둔 듯 합니다.
14:12 수정봉 도착. 노치쉼터에서 막걸리로 인한 취기는 어느 정도 사라진 듯 합니다.
수정봉의 정상석 또한 근래 세워 진 듯 아주 깨끗해 보입니다.
그리고 수정봉에서 바라다 보이는 저 봉우리를 가기 전에 여원재가 있기를 바랬지만.
14:54 입망치에 도착한 순간 아까 그 봉우리가 685봉이란 걸 깨닫게 됐습니다.
제법 올라 온 듯 하여
스마트폰으로 고도를 확인해 보니 642m, 685봉이면 약 50m만 더 오르면 될 듯 하지만,
물 먹은 스폰지처럼 쭈~욱 늘어진 몸이 느끼는 높이는 그 보다 휠씬 더 높은 듯 합니다.
15:26 685봉에 도착. 민박집의 방향을 알리는 간판이 정상석을 대신 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685봉 내림길에서 "이제 얼마 안 가면 여원치민박에 도착한다"는 생각에 긴장이 풀려서인지
터미널에서 다쳤던 왼쪽 무릎에서 서서히 통증이 느껴지기 시작합니다. 정말 그 전까지 멀쩡했던
무릎인데...
오름 길에서는 그런대로 견딜만 하다가 내림 길에서 여지없이 통증이 느껴집니다.
그러기를 몇 번 반복하다....
16:17 여원재민박인지 여원치민박인지에 도착했습니다.
일단 오늘 밤은 예정했던 대로 여기서 자고, 내일 산행은 무릎 상태를 봐서 결정하기로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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