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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위를 핑계로 그 동안 미루었던 지리산 등반 계획을 실행해 보자, 또한 그걸로 인해 백두대간의 첫
구간을 시작해 보자는 생각을 막연하게 갖고 있던 8월 어느 날,
지리산 등반 계획 16일 전, 8월 16일 오후,
우연히 국립공원관리공단 홈페이지(이하 ‘공단 홈페이지’)를 들렀다가 9월 1일(토요일) 대피소 인터넷
예약을 내일( 8월 17일) 10시부터 받는다는 걸 알게 되었다.
성수기와 주말에는 대피소 예약(이하 ‘예약’)이 쉽지 않다는 것을 익히 알고 있었기에 예약이 시작되는
내일 10시, 아니 적어도 10분 전에는 무슨 일이 있어도 컴퓨터 앞에 있어야 한다는 마음을 먹고…
다음 날, 운 좋게 시간에 맞춰 컴퓨터 앞에 앉게 되었다.
그리고는 미리 공단 홈페이지에 로그인 한 후, 내가 보는 시계가 조금 늦거나 빠를 거라 생각하고
예약 시작 1분 전부터 ‘새로고침’ 버튼 클릭하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서버에서 아직 (예약)시작을 안 하고 있는지 (예약)페이지는 그대로 로딩이 되고 있다가
어느 순간 아예 먹통이 되어 키보드의 ‘F5’(새로고침 키) 열심히 눌러댔지만 계속해서 먹통.
왠지 불길한 느낌이 들고 약 5분이 흘렀을까?
예약마감을 알리는 페이지가 로딩됐다.
공황 상태. 요즘 얘기하는 멘붕 상태로 멍하니 모니터를 바라보다
“주말 (대피소)예약이 이렇게 힘들다면, 나는 이제 지리산을 갈 수 없다. 아니 당일치기로는 갈 수 있지만
적어도 1박을 하려면 침낭을 사야 하고 그리고, 텐트를 구입해야 하고 텐트를 사면 거기에 맞는 배낭을
사야 하고… 아~” 이런저런 생각을 하면서 포기하고 자리를 뜰 수 밖에 없었다.
같은 날 저녁.
퇴근해서 저녁을 먹고 집에 돌아와, 아쉬운 마음에 컴퓨터를 켰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공단 홈페이지의 대피소
예약 페이지를 들어갔는데 대기자를 등록할 수 있는 버튼이 생겼고, 나는 이게 왠 떡이냐 싶어 잽싸게 버튼을
클릭하여 대기자로 등록했다. 얼마 후, 다른 예약자가 취소을 했는지 대기자에서 예약자가 됐으니 12시간
이내로 입금을 하라고 휴대폰 문자로 연락이 왔다.
나중에 알게 된 일이지만 굳이 예약을 안 해도 대피소에서 늦게까지 기다리다 보면 자리를 구할 수 있다고 한다.
아무튼 그 어렵다는 주말 지리산 대피소에는 나는 했다.
8월 31일 저녁 남부터미널.
진주행 밤 24시 차표를 끊고 승강장을 배회한다. 중산리에서 지리산을 오르려는 사람이 있으면 굳이
진주까지 가지 않고 원지에서 내려 함께 택시를 타면 요금을 4분의 1로 줄일 수 있다는 생각으로 얼마나
기다렸을까? 마침 등산복 차림의 중년부부의 남편이 되는 듯한 사람이 승강장에서 표를 확인하는
직원에게 “이 차 원지 가는 것 맞죠?”하고 묻는다. 재빨리 말을 가로채 “네 맞아요.” 대신 내가 대답하며
“지리산 가시는 거 맞죠?” 하고 되 물었다. 당연한 대답이 나왔고, 원지에서 중산리까지는 어떻게 가실건지
또 다시 물었다.
사실 밤 24시 버스를 타면 3시간이면 원지에 도착하고, 다시 중산리로 가는 버스를 타려면 3시간을 넘게
기다려야 한다.
그 분의 대답은 “원지터미널에 내려 아침을 해 먹고 기다리려고 한다.”하며 말 끝을 흐리자, 내가제안을 했다.
“그러지 말고 바로 택시를 타고 중산리로 들어 가자고, 택시요금 30,000원은 나눠 내자고…” 남편되는 사람이
우물쭈물하자. 옆에서 듣고 있던 부인되는 사람이 흔쾌히 받아들였다.
이렇게 해서 진주까지 가는 표을 끊었지만, 약간의 손해을 보고 중간에 정차하는 원지에서 내리려고 하는데
중년부부, 나, 그리고 또 다른 한 사람이 내리는 것이다. 어디로 가시냐고 물으니 자기는 대원사쪽을 간다.
마침 택시가 도착해 기사님께 물으니 중산리쪽과 대원사쪽은 방향이 달라합승을 할 수 없고 다른 택시를
불러 줄 테니 그걸 타고 가라고 하신다. 요금을 물으니 55,000원, 중산리는 35,000원 - 일년 전에 쓴 전답자의
블로그에는 30,000원이라 했는데 그동안 5,000원이 더 오른 것이다. – 그 분은 혼자서 지불할 요금이
부담스웠는지 결국 중산리로 결정, 4명이 출발했다.
새벽 3시 40분쯤 중산리 분소에 도착, 각자 가지고 온 김밥 등으로 아침(?)을 해결하는데, 나는 원래 계획대로면
식당에서 사먹고 올라 가려고 했지만, 새벽시간이라 식당 문을 연 곳도 없고 해서 배낭을 풀어 냄비와 버너를
꺼내 물을 데우고 맛없는 전투식량으로 꾸역꾸역 배을 채우고 헤드랜턴을 켜고 일행 중 제일 마지막으로
천왕봉으로 출발한다.
0434 출발.
칼바위을 지나고…흔들다리을 지나고
망바위를 지날 때 쯤 서서히 날이 밝아 옵니다.
문장대에서 천왕봉의 모습이 보이기 시작합니다.
로터리대피소에서 생리현상을 해결하고 다시 물통에 물도 채웁니다. ^^
곧이어 대한민국에 있는 사찰 중에서 제일 높은 곳에 위치해 있다는 법계사에 도착합니다.
법계사를 구경하던 중 어느 보살님께서 이따 점심공양 하러 오라고 하는데, “고맙습니다.”하고 대답은 했지만
지금 시각 07시 30분. 이쪽으로 하산하면 모를까? 다시 올 수는 없다. 전답자의 블로그를 보면 점심이 그렇게
맛있다고 하는데 아쉽다.
오래간만에 야생초들을 카메라 담던 중. 휘리릭 앞서 가는 파란 눈의 산님이 있었습니다.
서울에서부터 줄곧 함께 해온 부부산님의 남편분이 함께 사진 찍자고 하여 저도 용기를 내어
엉거주춤한 포즈로 한 컷 찍었습니다.
이 산님 미국 클리브랜드에서 와서 연세대 한국어 학당에서 공부하는 캐서린이라고 합니다.
오늘 세석(대피소)까지 간다고 하여 같이 가려고 했지만 하도 빨리 가, 페이스를 맞출 수 없어
먼저 보내고 천왕봉에서 만나자고 했지만, 결국 벽소령(대피소)에서 보게 되었습니다.
개선문을 지나면서...
다시 꽃들에 시선을 빼깁니다.
전날 잠을 못 자서 그런지, 발걸음은 천근만근 계속되는 오름 길에서 몇 걸음 못 가 쉬고,
몇 걸음 못 가 쉬고를 반복합니다.
진주시를 가로지르는 남강의 발원지인 천왕샘에 도착합니다.
천왕봉을 입구를 지키는 고목...
0930 마침내 천왕봉에 도착
중산리 분소에서 4시간이면 도착할 줄 알았는데 예정보다 1시간이 넘어 도착합니다.
이제 백두대간을 시작하니 옹색하지만 천지신명께 무탈을 기원하며 나만의 시산제(始山祭)를 올립니다.
하늘로 통하는 통천문을 지나고
이 분들 다시 만났습니다. 그 부부산님. 부부끼리 이렇게 함께 산행하는 걸 보니, 보기 좋습니다.
제석봉도 지나고,
구름도 쉽사리 지리산 능선을 넘지 못합니다.
서울서 부터 줄곧 인연이 되어 함께한 부부산님들께 장터목대피소에서 점심 식사를 얻어 먹게 되었습니다.
산님께서 싸 오신 열무김치가 참 맛나더군요.
식사를 마칠 때쯤 시계를 보니 12시 20분 이 분들이야 세석까지 가면 되지만 벽소령까지 가야하는 나는,
이제부터 서둘러야 합니다. 감사한 마음과 아쉬운 마음으로 작별 인사를 합니다.
연하봉을 지나고
삼신봉을 지나온 것 같은데 정확한 위치를 확인하지 못했습니다.
촛대봉을 지납니다.
저 아래 세석대피소가 보입니다.
간단히 화장실에서 볼 일을 보고 10분간 휴식, 늘 이렇게 마지막에 가서는 마음이 급해집니다.
지금 시각 14시 10분. 벽소령대피소까지는 6.3Km, 3시간 반이 걸린답니다.
영신봉을 지나고...
칠선봉도 지나 듯한데 표시가 없어 구분이 잘 안 갑니다.
비가 오기 시작해 순간 당황했지만 흩뿌리듯 내리는 비라 맞을만 합니다.
아무리 바빠도 자꾸 나를 찍어 달라고 하는 야생화는 그냥 지나 칠 수 없네요.^^
선비샘(덕평봉)에서 물통를 채우고 세수를 합니다.
1820 벽소령대피소 도착.
라면과 햇반으로 저녁을 먹는데 너무 피곤했던 탓일까? 잘 먹히지 않습니다.
사실 전날 잠을 자지 않고 중산리에서 노고단까지 지리산 종주를 하는 분들은 세석에서 묵는 게 맞는 듯 합니다.
저는 세석에 “일찍 도착해 산 속에서 뭘 하나?” 생각했는데, 첫째 날은 충분한 휴식을 취한 후, 다음날 산행을
시작한 게 낫은 것 같습니다.
그래도 계획대로 무사히 종주를 마친 것에 감사하며 무릎과 종아리 그리고 어깨에 파스를 뿌리고 잠을 청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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