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자: 2012. 10. 14(일)
⊙산행코스: 비박 장소-선바위고개-영취산-벽계쉼터(식수보충)-민령-구시봉(깃대봉)-육십령
휴게소 -
⊙GPS기록:
- 구글어스 매칭:
- 고도 및 거리:
얼마나 잠이 들었을까? 눈을 떠 손목에 찬 시계바늘 모양을 보니 밤 11시가 조금 안 된 시간.
조금 더 자려고 눈을 감았다. 또 다시 잠이 들 듯 하다니, 귓가에 한 차례 지나가는 바람소리와
함께 낙엽 위에 또 다른 낙엽이 뒹글는 소리가 들린다. 그리고 잠시, 멀리서 희미하게 뭔가에
의해 낙엽이 밝히는 소리가 들렸다. 큰 울림은 없지만 소리는 점점 가까워지더니 이젠 귓가
바로 옆에서 들린다. 순간 공포감에 소리를 내어 손으로 귓가에 뭔가를 쫓으며 몸을 일으켰다.
소리는 다시 멀어진다.
몸을 웅크린 체 앞을 응시해 보지만 어둠 외에는 존재하는 것은 없다.
다시 몸을 누여 검은 나무가지 사이이 별을 찾아 보았다.
"모두가 어둠의 의해 사라졌나?" 고개을 조금 틀어보니 처음 봤던 별들이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달이라도 있었으면 이렇게 까지 어둡지 않았을 텐데...
달이 전혀 보이지 않을 것은 걸 보니, "오늘이 그믐인가?" 생각해 보니, 추석이 지나고 꼭 보름이
지났으니 달이 보이 않는 것 당연합니다.
시간이 얼마나 될을까? 제법 지난 듯하여 시계를 보니 11시가 조금 넘은 시간.
기다림이 간절할 수록 시간은 거기에 비례해 더디 흐르는 것 같다.
하나의 감각이 사라지면 또 다른 감각이 발달하듯, 지금은 소리에 민감해지고 소리에 의해
내 주변의 것을 보는 수 밖에 없다. 하지만 가끔씩 그 사이로 두려움이 엄습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다.
어둠과 추위 그리고 공포감...
잠은 이미 저 멀리 달아나 버렸다. 떨어진 체온을 회복하기 위해 몸을 세워 이리 저리 움직여 본다.
그리고 헤드랜턴을 켜, 아까 한 쪽 치워 뒀던 꿀꿀죽을 데워 몇 숟가락 먹고 속이 좀 따뜻해 진 듯
하여 잠시나마 눈을 붙일 수 있있다.
말 그대로 잠시였다. 추위 때문에 잠이 다시 깨고, 또 다시 몸을 일으켜 웅크리고, 좀 나아지면 몸을
웅크린 체 그대로 누워 별이 내 곁에 있는 걸 확인하고 눈을 붙였다. 아까 그 정체 모를 소리가 다가
오는 듯하여 쫓내고....
매 시간마다 이 짓을 반복했다. 이 어둠은 영원히 지속될 것만 같았다.
마지막 얕은 잠에 깨어 시계을 보니 5시 반쯤.
새벽이 머지 않았다는 기대감에 정신은 더욱 또렸해 졌다.
이제 랜턴을 켤 필요없을 정도로 어둠과 맑음이 같은 정도로 함께 존재하는 듯 하다.
버너에 불을 켜고, 비록 작은 불이지만 몸을 녹이려 손을 쬐본다. 그리고 꿀꿀이죽을 데워 먹는다.
결국 길을 잃어 먹기 시작한 라면에 말은 햇반을 이제야 다 먹었다.
풀어 해쳐진 배낭을 챙기고 산행 준비를 합니다.
하지만 막상 떠나려고 하니 간밤에 추위에 굳어진 몸이 풀리지 않은 것 같아 낙엽과 떨어지
나무가지를 모아 불을 지핍니다.
몇 번의 시도 끝에 불이 막 피어 오를 무렵, 불이 더 커지면 안 되겠다 싶어 소심한 성격에 서둘려
불을 끕니다.
07:11 어제 저녁 뭔가에 홀린 듯 내려왔던 된비알길을 힘겹게 올라 섭니다. 그리고 능선길에 도착해
좌측으로 돌아 가는데 스마트폰의 GPS는 이상하게 백운산 방향을 가르키고 있는 것입니다.
이상하다 싶어, 잠깐 왔던 길을 다시 돌아가니 GPS는 영취산 방향을 맞게 가르칩니다.
지금으로서는 제 감(感)보다는 기계에 의존하는 수 밖에 없습니다.
약 5분정도 걸어가니 '전망 좋은 곳'이라는 표지판이 나오는데, 이 표시판을 보니 어제 시간에 쫓겨
허겁지겁 갔던 길을 기억하게 됐습니다.
아래 그림처럼 산능선길을 넘어 와, 일반 산악회 리본이 코너에 있어 다시 산옆구리길로 갔던
것이었습니다
다시 말하면 아래 그림 처럼 대간길은 굳이 산능선 윗길을 선택할 필요없이 산옆구리로 가도 됐습니다.
일단 산능선길을 택했으면 그대로 직진했어야 하는데, 일반산악회 리본이 다시 산옆구리길로 인도 하는
듯하여 그대로 따라 갔고 그 길로 된비알길로 내려가 노숙한 장소까지 가게 된 것입니다.
정상적인 상태였으면 이런 말도 안 되는 알바를 하지 않았을 겁니다.
그나마 산에서 무사히 보낸 것만으로도 다행이다 싶어 씁쓸한 미소를 지으며 스스로를 위로 합니다.
이제 문제는 물통에 물이 없다는 것 입니다. 영취산 밑에 무령고개, 벽계쉼터에 마실 물이 있을 거라
믿어 의심치 않지만, 혹시 그게 아니면, 그대로 하산해야 합니다.
07:57 선바위고개에 도착합니다. 이정표 지시대로 좌측으로 가면 무령고개(벽계쉼터)에 더 빨리
도착할 것 같아 잠시 가다가 느낌이 안 좋아, 다시 돌아 와 영취산(0.4Km) 방향으로 갑니다.
08:10 영취산 정상에 도착합니다.
백두대간은 접어 두고 금남호남정맥 방향으로 갑니다.
지도로 보기에는 얼마 안되는 거리 같은데 제법 내려 갑니다
.
무령고개(벽계쉼터)에 도착해, 마실 물을 찾아 보니, 샘터가 있긴 한데, 오염된 상태라 식수로 부접합함을
알리는 표시가 있습니다. 그것도 물이 말라 없는 흐르지도 않는 상태입니다. 하지만 다행이도 그 옆에 수도
꼭지가 하나 있습니다. 이것 역시 지하수를 끌어 올린 물 같지만 지금으로서는 선택이 여지가 없습니다.
물통에 물을 한 가득 받고, 물을 끓여 전투식량으로 아침식사를 하고, 충분한 휴식을 한 후,
다시 영취산 정상으로 올라 갑니다.
10:30 논개생가 갈림길에 도착합니다
.
10:51 덕운봉갈림길에 도착합니다. 이정표 뒤에 보이는 봉우리가 덕운봉입니다
.
잠시 조망을 하고 민령 방향으로 내려 섭니다.
또 다시 조망할 곳이 있습니다. 산 아래 대전통영고속도로가 지나고, 함양군 서상IC가 보입니다
.
이렇다 할 조망없이 내림과 오름을 반복하고,
11:34 '육십령 9.0Km/덕운봉 1.2Km' 이정표에 도착합니다.
또 다시 산죽의 행렬이 이어지고,
"이름이 있을까?" 하고 정면에 보이는 바위를 찍어 봤는데 뭔지 모르겠습니다,
영취산과 육십령의 딱 반입니다. 이정표(육십령 6.5Km/영취산 6.5Km)
뭔가를 알리는 듯한 리본들이 걸려 있고,
적당한 장소를 찾아 휴식을 취합니다. 점심은 생략하고 남은 초코파이를 행동식으로 하고 2시간
마다 먹기로 합니다.
발자국 소리 놀란 뱀이 낙엽 속으로 숨습니다.
그러다 내가 가까이 사진을 찍기 위해 가까이에 있는 걸 느꼈는지 잽싸게 달아납니다.
새하얀 구절초도 만나면서
12:50 어느덧 북바위에 도착합니다.
북바위의 대곡호를 조망하며 잠시 휴식.
여기가 민령 같아 신발 속 흙 먼지를 털면 잠시 휴식를 취했는데
13:35 이렇게 좀 더 들어가면 민령 이정표가 나옵니다.
GPS를 보니 지금 대전통영고속도로의 육십령터널 위를 걷고 있습니다.
그리고 한 20분 올라가면 깃대봉이 시야에 들어 옵니다.
14:14 구시봉(깃대봉)에 도착합니다.
특별히 조망할 것이 없어 곧바로 하산합니다.
구시봉 하산길에 육십령터널이 보이는데 사진 상태 신통치 않습니다.
14:23 깃대봉샘터에 도착합니다.
집에 가져가서 마실 작정으로 넉넉히 받아 갑니다.
'산삼 휴양림' 이정표가 호기심을 자극하지만 뿌리치고 직진합니다.
구시봉에서 육십령으로 가는 길은 대체로 편안합니다.
15:16 '깃대봉 2Km/육십령휴게소' 이정표가 나오고 대간길은 직진 방향을 가르칩니다.
15:21 장계육십령휴게소 도착하면서 오늘의 구간을 마칩니다.
육십령도 복원공사가 한창입니다.
얼마 후에 이 곳도 이화령처럼 터널이 생기겠죠.
공사가 끝나면 어떤 모습일지 참으로 기대됩니다.
함양으로 넘어오면 또 다른 육십령휴게소가 있어 김치찌개를 시켰 먹는데, 이틀 만에 밥다운
밥을 먹어서인지 거의 흡입 수준입니다.
이 번 구간을 마치며 얻는 무리한 산행 스케줄이 어떤 결과를 안겨 주는지 충분히 깨닫게 해 준
산행이었습니다.
날씨가 덜 추워 다행이지 10월말 정도의 밤 기온이었으면 아마 119를 불러야 했을지 모릅니다.
이 정도로 산행을 마치게 해 주신 조상님과 천지신명에 감사드립니다.
그리고 육십령 버스정류장에서 장계터미널까지 차을 태워 주신 모자(母子)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덕분에 서울로 오는 마지막 차를 탈 수 있었습니다.
백두대간_06구간_주요지점표시.gpx
'백두대간(진행중)' 카테고리의 다른 글
백두대간 제7/8구간 육십령~빼재(신풍재)_20130309(첫째날) (0) | 2013.05.06 |
---|---|
백두대간 제7/8구간 육십령~빼재(신풍재) 대중교통 및 산행정보 (0) | 2013.05.05 |
백두대간 제5/6구간 복성이재-육십령_20121013(첫째날) (0) | 2012.10.22 |
백두대간 제5/6구간 복성이재_육십령 대중교통 및 산행정보 (0) | 2012.10.16 |
백두대간 제3/4구간 성삼재-복성이재_20120923(둘째날) (0) | 2012.10.03 |